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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바라본 2013년_2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바라본 2013년_2




2013년을 마감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12월 뉴스레터를 띄웁니다.

벌써 한 해가 지나고 있습니다.


울국제여성영화제의 눈으로 다사다난했던 2013년을 짧게나마 정리해보려 합니다. 

2013년, 우리는 어떤 일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서 있게 된걸까요.


그리고 지금, 모두 안녕들하신가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당연한 결혼식



김조광수 감독님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님이 지난 9월 7일 오후 6시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공개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날의 결혼식 이름은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이라는 제목이었구요.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누리는 당연한 결혼식이었습니다.^^


김조광수 감독님은 지난 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폐막식에서 제1회 피치&캐치 아트레온상을 수상하며, 프로포즈를 하신 것도 유명하죠.

결혼식 후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서대문구청은 혼인이 양성 간의 결합임을 전제로 한 헌법 제36조 1항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 13일, 혼인신고서가 도착하자 불수리 통지서를 발송했습니다.

김조광수 감독님은 "대한민국 헌법과 민법 어디에도 동성의 결혼을 금하는 조항이 없다. 그럼에도 신고를 처리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비록, 혼인신고서는 수리되지 않았지만 김조광수 감독님과 김승환 대표님의 공개 동성결혼이 한국 인권운동 역사의 한 걸음이 될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본인에게 주어진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성감독 전성시대? 여성감독들의 여전한 활약


어느덧 세 번째 영화를 선보이신 방은진 감독님의 <집으로 가는 길>뿐만 아니라 

여성영화인 시상식에서 시나리오/연출 부문을 수상하기도 하신 노덕 감독님의 <연애의 온도>의 노덕 감독님,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 100만을 훌쩍 넘긴 <결혼전야>의 홍지영 감독님, <환상 속의 그대>의 강진아 감독님, 

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던 <명왕성>의 신수원 감독님, 

<노라노>의 김성희 감독님, <말하는 건축: 시티 홀>의 정재은 감독님 등!

올해도 여성감독님들의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여 극장가를 즐겁게 했는데요.



   

<집으로 가는 길>, <연애의 온도>, <결혼전야> 스틸


상업영화와 저예산 상업영화, 그리고 독립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여성영화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혹자는 여성감독 전성시대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여성감독으로서 영화를 제작하고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기란 여전히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여성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꾸준한 관심과 기대, 그리고 이에 대한 '말 걸기'가 필요합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환상 속의 그대>, <명왕성>. <말하는 건축: 시티 홀>, <노라노> 스틸



희망적인 소식은 2014년에도 여성감독님의 작품을 꾸준히 극장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임순례 감독님의 <제보자>, 부지영 감독님의 <카트>가 곧 촬영에 들어간다고 하고요.

그리고 이정향 감독님이 최근 다시 재조명되었던 여대생 청부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영화를 준비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벌써 3번째 영화를 가지고 돌아올 구혜선 감독님도 얼마전 신작  <다우더>의 촬영을 끝마쳤다고 하네요.

또, 2014년 5월 29일이 되면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찾아올테니까요.^^




시대가 변했다, 대법원 부부강간죄 첫 인정


지난 5월, 대법원이 43년만에 부부간에도 강간이 성립한다고 처음으로 판결했습니다.

"결혼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포기를 의미할 수는 없다"고 대법원이 최초로 인정한 것인데요.

비록 부부관계라 할지라도 헌법에 보장된 인권을 침해당할 경우, 국가가 개입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든, 피해자가 기혼이든 미혼이든 간에 존엄성과 성적 자기결정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대가 변했다"고 말했는데요.

시대가 변한지 43년만의 성과입니다.

사진: 동아일보 참조(http://news.donga.com/3/all/20130517/55214331/1)




성범죄 친고죄 폐지,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 가능 


성폭력 특례법 개정으로 지난 6월 19일부터 성범죄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폐지되었습니다.

성범죄 친고죄는 성범죄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다는 악법이며,

반의사불벌죄로 인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었는데요.

이 두 규정으로 인해,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여 고소를 취하하게 하는 등 2차 가해가 빈번히 벌어지곤 했습니다.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됨에 따라 피해자가 따로 고소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이 성폭력 범죄자에 대해 기소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극악한 성범죄가 나날이 등장하고 보도되는 이때에, 이 두 규정의 폐지로 인해 성범죄가 개인의 피해가 아니라 사회적 범죄임을 더욱 공고히 하고 엄한 처벌이 가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최초의 성소수자 공익재단, 비온뒤 무지개 재단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그리고 모두를 위한 자유와 평등을 바라는 이들을 위한 공익 재단 비온뒤 무지개 재단이 현재 재단 설립 준비 중입니다. 

무엇보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그리고 모두'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한데요.

성소수자 공익재단을 설립하기에, 아직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환경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비온뒤 무지개 재단'이 많은 일을 해주기를, 그리고 우리가 이를 도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현재 홈페이지에 재단 주소와 그 준비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데요.

모두가 함께하는 운동을 응원한다면, 창립회원이 되거나 정기후원을 하시는 방법도 고려해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비온뒤 무지개 재단 홈페이지 http://rainbowfound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