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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여감네 심야치맥 후기_여기 당신이 있어 참 좋습니다

여기 당신이 있어 참 좋습니다

여감네(여성감독네트워크) 심야치맥_치느님과 불타는 밤 후기




 

지난 12월 27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한 해 동안 팍팍한 살림살이로 힘들고 지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마음 맞는 친구들의 얼굴도 보고 동료들과 반가운 소식도 나누며 뜻 깊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름하여 ‘여감네 심야치맥_치느님과 불타는 밤’ 작년에 열렸던 첫번째 여감네 송년회 '우리들의 밤'보다 더 따스하고 유쾌한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을 그렇게 지어보았는데요^^


 


  

이곳은 홍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감네 심야치맥_ 어서오세요, 감독님들~~~



  

춥고 바람 불고, 무려 불타는 금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두번째 여감네 송년파티 '여감네 심야치맥_치느님과 불타는 밤'에 많은 여성감독님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여감네는 작년에 소개드렸듯,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여성영화인 네트워크입니다. 외롭고 척박한(?) 영화판에서 좀 더 서로에게 의지하고 연대하며 으쌰으쌰할 수 있도록, 감독님들과 여성영화제가 함께 손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여성감독네트워크가 감독님과 함께 했으면 합니다. 


여러 감독님들께서 '여감네 심야치맥'에 참석하셔서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렇게 서로 만나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갖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여러 번 반복해서 말씀해주셨는데요. 주최측의 입장에서 뿌듯하면서도, 그간 이런 자리가 얼마나 절실했었는지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이좋게 영상도 보고~ 자기소개도 하고(자기소개: 이정향 감독님)




올해 '여감네 심야치맥'의 화두는 "배급"이었습니다. 메이저 배급사를 낀 상업영화가 아닌 다음에야 모두에게 배급은 큰 고민인데요. 독립영화의 배급사를 찾기도 쉽지 않고, 배급사가 없으면 개봉이 여의치 않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개봉작이어야만 IPTV나 공동체 상영 등의 배급판로가 소규모나마 열린다고 합니다. 독립영화가 차지할 수 있는 스크린 수는 전체 스크린 수의 1% 정도 뿐이고 개봉한다고 해도, 관객이 드는 황금시간대를 차지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번 '여감네 심야치맥'에서는 작품을 배급하는 데 생기는 어려움과 함께 대안적인 배급 시스템을 자유롭게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왕자가 된 소녀들>의 김혜정 감독님은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것까지가 감독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만드는 것이 시작임을, 관객과 만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회하셨고요.

<모래>의 감독이자 <자, 이제 댄스타임>의 프로듀서를 맡으셨던 강유가람 감독님은 텀블벅을 통해 개봉 자금을 모으고 홍보의 어려움 등 자체 배급의 어려움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김일란 감독님은 '배급과 홍보부터 이 모든 것을 감독이 고민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독립다큐의 감독들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으면 판로가 없으며, 모르더라도 감을 잡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개봉을 하든, 안 하든 다양한 방식을 처음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감독님의 말씀에 많은 감독님들이 공감하셨습니다.



 





이미 개봉 경험이 있는 감독님들이 매뉴얼을 만드는 건 어떤지, 좋지 못한 시간대를 배정받는 것보다 황금시간대를 아예 대관의 형식으로 빌리는 건 어떨지 각자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과 함께 대안적인 개봉의 형식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영진위 개봉지원금을 무려 네 차례나 받으신 바 있는 김일란 감독님은 개봉지원 받는 과정에 고민이 있거나 경험을 듣고 싶다면 언제든 컨설팅을 해주신다고 약속하셨고요, <자 이제 댄스타임>의 조세영 감독님은 여성이슈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재단'의 펀드신청으로 배급을 할 수 있었다며 펀딩을 받을 때도 다양한 기회가 있음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날 이혜경 집행위원장님은 '그동안 여성영화제가 여성감독에게는 조금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성감독님이 없다면 여성영화제가 존재할 수 없겠죠.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쳐 영화를 포기하지 않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에 매진할 수 있게 앞으로 여성영화제가 여성영화인들이 기댈 수 있는 따뜻한 울타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추운 날씨 속 따뜻한 시간 만들어 주신 강유가람, 김숙현, 김영제, 김일란, 김혜정, 신아가, 심혜정, 이영미, 이정향, 조세영 감독님들 및 영화 관계자 여러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김소영 공동집행위원장님, 김영 집행위원님 마음 담아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는 5월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독님들의 말말말




이영미 감독님: "늙어 죽을 때까지 봤으면 좋겠다."

지금 이 자리가 몹시 소중하다는 <사물의 비밀>의 이영미 감독님은 내년에도, 그리고 늙어 죽을 때까지 여성감독들이 모여 서로 의지하고 나누는 자리를 계속해서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89세까지 영화를 찍으시는 게 꿈이라고 하는데, 그때까지 보자고 하셨어요. :)






김일란 감독님: "(관객이) 기다리는 영화가 되어야 한다."

<3xFTM>부터 <노라노>까지 4편의 영화를 PD로, 감독으로 개봉하고 나서 감독님이 느끼신 교훈이라고 합니다. 100억짜리 영화든 독립다큐든 티켓의 가격은 같고,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게 하려면 그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게 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홍보마케팅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독립다큐가 기다리는 영화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나름의 쇼케이스처럼 영화제에서 영화를 선보이고, 영화제 관객들이 입소문을 낼 수 있는 기다리는 시기를 견뎌야 한다. 그리고 그 영화가 그 시기를 기다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소중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신아가 감독님: "영화흥행이 잘 되려면 기독교판 <달마야 놀자>를 만들면 된다."

<어떤 시선>으로 엄청난 스코어를 기록한 신아가 감독님, 흥행의 원동력은 종교계 분들의 단체관람이라며 여러 목사님을 만났더니 기독교판 달마야 놀자처럼 긍정적인 휴먼 코미디를 만들라는 요청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기독교판 <달마야, 놀자!> 흥행 보장 아이템이라고 하니, 어서 서둘러 만드세요! 



조세영 감독님: "오라고 하기에 냉큼 왔다"

2001년부터 영화를 시작하셨다는 조세영 감독님, 이상하게도 그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는 인연이 없으셨다는데요! 하지만 감사하게도 '여감네_심야치맥' 초청문자를 받고 달려와주셨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자주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영화제가 더욱 풍성해지는 데 한몫 더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