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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바라본 2013년_1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바라본 2013년_1




2013년을 마감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12월 뉴스레터를 띄웁니다.

벌써 한 해가 지나고 있습니다.


울국제여성영화제의 눈으로 다사다난했던 2013년을 짧게나마 정리해보려 합니다. 

2013년, 우리는 어떤 일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서 있게 된걸까요.


그리고 지금, 모두 안녕들하신가요?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이 지난 2월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2013년, 여성들의 삶은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요?





끊이지 않는 성범죄, 고위공직자 성추문까지... 형편없는 사회의 성폭력 인식


올해도 고위공직자의 성추문과 연이은 성범죄 사건 보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까마득하게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올 초의 일이었습니다. 

김학의 차관의 성접대 사건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파문, 그리고 모 국회의원의 국회의사당 내 누드사진 파문까지.

고위공직자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확실히 깨달은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성범죄 사건 보도도 끊이지 않았죠.

성폭력 특별법 제정 20주년을 맞았지만 과연 그 실제 효과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국내 성의식 개선과 제도적 변화 및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뻔한 말 말고 

실제로 우리의 삶이 변하기 위해서는, 더이상 이런 끔찍한 소식들이 들려오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

2013년, 우리 귓가로 들려온 가장 안타까운 소식 중 하나는 아마 아동학대 소식이었을 겁니다.

울산계모살인사건, 인천계모살인사건 등 주 양육자에 의한 아동학대와 어린이집, 베이비시터 등 아이들의 보육을 책임져야 할 기관 및 역할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 보도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 학대 사건은 2002년 2478건에서 지난해 8979건으로 10년 사이 4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이자, 양육자이자 가해자를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아동에 대한 보호 장치는 미약하기만 합니다.

아동학대 등 관련 법규 위반 사실에 대해 인터넷에 공표토록 한 영유아 보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지만, 과연 이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까요?





박은선 성별검사 파문


지난 11월 5일,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이 여자축구 연맹에 박은선 선수의 성별 판정을 요청하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이 사건을 명백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재론되어서는 안 될 일로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는 성별이 외모로 표상되어야 하며, 그 능력이 특정 범위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은선 선수는 이로 인해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어야 했고 방송에서 어린시절 치마를 입은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곧 국가인권위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인권위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박은선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자유로이 능력을 펼치는 모습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중요한 건 승객의 안전일까? 승무원의 치마일까?

지난 여름, 아시아나 항공 추락사고를 기억하시나요?

마지막까지 남아 승객을 구조한 승무원의 헌신적인 활약이 관심을 받기도 했는데요.

맨발에 타이트한 치마를 입은 채 승객을 구조하는 승무원의 모습이 안타까웠던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단순한 승무원의 복장 자율을 떠나서, 승무원의 활동성 보장이 얼마나 많은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지 측면을 생각하면 반드시 치마 유니폼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 텐데요.

아시아나 항공은 설립 이후 줄곧 여성승무원의 치마 유니폼만을 고집해왔고, 2012년 6월 아시아나 항공 노조가 인권위에 낸 진정서를 낸 뒤, 여승무원에게 바지를 착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성차별이라는 권고가 있었음에도 여승무원에게 바지 유니폼을 신청하지 말라는 압박전화를 한 사실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한편 아시아나를 제외한 대한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국내 항공사의 대부분은 치마와 바지 유니폼 모두를 채택하여 착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고급스러운 한국의 아름다움"은 치마 유니폼에서만 나올 수 있는 걸까요?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더 중요한 고객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는 있지 않은지 되새겨볼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