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데일리는 영화제를 찾은 전세계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질문합니다.
21살의 시우프(SIWFF)에게, 그리고 21살의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요. (편집자 주)
21살 때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21살 땐 댄스 동아리를 했어요. 숙명여대 댄스동아리요. 원래 춤을 중2 때부터 추긴 했는데······ 21살은 특히 거기에 몰입해서 동아리 활동을 했었어요. 음, 제가 물리학과를 나왔거든요? 그때 공부는 건드리지도 않고 춤, 공연, 연습만 진짜 엄청나게 했었어요. 학교 공연, 동아리 정기 공연, 대학 연합 공연 등 많이 하고 다니면서요. 동아리가 원래 2학년쯤이 주 기수잖아요. 그래서 정말 많이 했었어요. 한 공연에 6개, 7개 했었어요. 힘들었는데······ 그땐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그럼 현재 춤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건가요?
“저는 지금 안무가에요. 그래서 스트리트 댄스 쪽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만 ‘얼반댄스’라고 불리는 장르가 있어요. 사실 외국이나 다른 나라는 얼반댄스라고 하면 잘 모르거든요. 우리나라에서만 하는 그런 게 있어요. 예를 들자면, 아이돌 무대를 짜는 것도 안무가들이 하고······ 그런 거요. 그런 일 하고 있습니다. 어떤 뮤지컬 공연의 안무가로 참여한다던가, 영화랑 춤을 접목한 장르 공연의 안무가로 참여한 적이 있어요. 되게 많이 했죠?”
당시 21살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한마디를 해 줄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으세요?
“건강을 좀 챙기라고 말할 것 같아요. 행사 기획도 하고 뭐 이래저래 많이 했었는데, 그 당시엔 춤 쪽으로 특히 더 많이 했었어요. 영상 일은 전혀 안 했었고······ 그때 많이 몸을 다친 것 같아요(웃음). 건강을 미리미리 챙겼어야 했는데······ 아, 최근에 한 번 망가지기도 했었어요. 목이요······ 저는 그래서 몸을 막 쓰지 말라고 하고 싶네요. 젊음을 막 쓰지 마라. 그런 말 할 것 같아요. 그런데 21살 저한테 그런 말을 한다고 해도 제가 안 들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웃음). 그래서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페미니스트가 되신 계기가 있나요?
“저는 원래 머리가 짧았어요. 짧은지 꽤 오래돼서······ 궁극적으로 말하면, ‘탈코’를 한 건 아니죠. 원래 짧았으니까. 옷도 원래 이렇게 입었고요. 그런데 어쩌다 하게 됐냐면, 학교가 숙대이다 보니 페미니스트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여성들만 있는 곳이라서 그런 주제에 대해 자연스레 접할 기회가 많았던 거죠. 학교 축제를 가도 그렇고요. 그런데, 페미니즘을 접한 것과 제가 깨닫는 건 되게 달랐어요. 자연스럽게 접하다 보니 페미니즘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주체적으로요. 또 왜 그렇게 되었냐면,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거든요. 내가 아는 게 없다 보니까. 그래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죠. 뜻이나 방향성은 같은데······ 모르는 게 너무 많았거든요.”
페미니즘에 대해 부족했던 지식을 채워나가기 위해, 따로 노력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아, 그리고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옛날에는 사람들이 저를 ‘머리 짧고 특이한 애’라고만 봤는데, 언제부턴가 제게 ‘탈코했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그대로 한 건데. 그래서 막 물어보고 다닌 적이 있어요. ‘내가 탈코를 한 건가? 난 원래 이랬는데. 내가 탈코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끊임없이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결국엔······ 음, ‘내적 탈코’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아직 부족한 게 많아서 내적 탈코를 위해 늘 노력 중인 것 같아요.”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본인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나요?
“제가 적극적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누가 봤을 땐 적극적일 수도 있겠죠? 유튜브라는 미디어를 통해 그런 이야길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를 운동가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요. 저는 그저 그런 방향성을 가진 많은 여성 중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일 앞단에 서 계신 운동가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분들을 지지하는 많은 분 중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요.”
글 윤다은 자원활동가
사진 서민지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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