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의 독자적인 영화에 대하여 : <공동정범>, <피의 연대기>, <소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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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성’이라는 말은 유사함과 모방 혹은 근접한 어떤 성질이 아닌 희귀하고 기존의 것과는 달라 단독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을 말한다. 따라서 어떤 영화를 독자적이다 혹은 독창적이다라고 말할려면 그 영화는 ‘기존의 것’과는 다른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 다름은 때로는 보는 이의 ‘심미적’ 호기심과 집중을 끌어당기는 강한 내재적 힘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독자성은 트렌드와 주로 연결되는 재기발랄함이나 기이함보다는 그것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진지한 대체불가능함 혹은 교환불가능함을 의미한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듯 하다.
한남영화 혹은 알탕영화라고 혹자들이 일컫는 요즘의 한국영화들이 배우, 캐릭터, 소재, 주제, 장르와 제작 주체 등 모든 면에서 비슷비슷하다는 말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를 할 것이며 그런 영화들이 한국영화의 주류라는 말에도 대체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주류와 아류의 지루한 횡보상태는 역설적으로 ‘독자적인 영화’가 갑자기 돌발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는 거름이 되기도 한다. 2018년 새해부터 독자적인 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영화들은 이미 등장했고, 이는 한국영화는 이전과는 달리 다양해져 중심이나 무리를 지을 수 없는 단독으로도 완전한 영화, 즉 독자적인 영화들이 동시다발로 출현하리라는 낙관적인 예상을 낳는다. 상영중인 <공동정범>과 <피의 연대기> , 개봉을 앞둔 <소공녀>는 들뢰즈 말대로 ‘돌발흔적’을 보여주는 영화라 꼽고 싶다. 독자적인 영화라는 말이다.
먼저 <공동정범>은 스포일러에 대한 지나친 경계가 흥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너무 안 줘서 영화의 제목인 <공동정범>의 의미를 영화를 본 후에야 알게 되었다. 어찌됐든 <공동정범>은 한국 다큐멘터리 역사에서 이어져 온 ‘기존의’ 피해자 재현을 벗어난 영화라는 점에서 그 독자성을 지닌 영화라 할 수 있다. 집단으로 그려졌던 피해자 형상이 인간의 얼굴을 한 개개인으로 드러나자 이제 대동단결, 단결투쟁, 투쟁쟁취를 돌림노래처럼 부르던 한 시대가 서서히 끝나고 있음을 직감케 한다. 영화는 내부의 상처, 다툼, 비인간성, 폭력을 바깥으로 드러내지 못하게 만드는 또 다른 억압이 내부에 있었음을, 그것이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 하는 역사적인 트라우마라는 걸 ‘아프게 직시’하게 만든다(이 영화가 페미니스트의 관점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한편 <피의 연대기>는 여성의 몸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과 사회의 정형화와 드잡이를 하고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그 고유성을 갖고 있다 할 수 있다. 애니매이션과 로드 다큐멘터리 등 친근한 포맷과 밝은 톤을 사용하여 생리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을 지우는 시도는 분명 전례없는 시도였다 할 수 있다. 또한 여성 감독 자신의 몸이 ‘기존의’ 부정적인 소재를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매개체가 되고 관객 동일시와 공감의 중요한 통로가 된다는 점이 흥미로운 영화이다.
마지막 영화인 <소공녀>는 떠도는 기표로 영화에서 말 그대로 떠돌다가 죽거나 사라지는 ‘기존의’ 여주인공에서 떠도는 삶-존재-집의 실재로 여성(이솜)을 탈기표화에 성공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사실 집이 없는 여자는 <별들의 고향>(1975) 의 경아처럼 꽤나 오래된 한국영화의 형상이었다. <소공녀>는 현실과의 인과관계를 놓지 않고 그 사회망에서 실재하는 여성을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한국영화들과는 다른 독자성을 지닌 영화이다.
세 편의 영화는 소재, 주제, 장르, 강렬도에 있어서 다르지만 ‘기존의 것’과 다르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비슷비슷한 한국영화의 지루한 횡보상태를 끝낼 수 있는 위와 같은 다른, 독자적인, 고유한 영화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김선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 수석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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